“그게 뭔 킬러문항” 혼란 빠진 수능, 9월 모평에 달렸다

입력 2023-06-28 00:04
뉴시스

정부가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예시들을 공개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수험생 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입시 현장에선 ‘신킬러유형 등장’ ‘준킬러문항 증가’ ‘결국 물수능’ 등 다양한 예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킬러문항이 제거된 수능에서 어떻게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할지 구체적인 기준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9월 6일로 예정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까지 이런 혼란과 불만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수험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가득했다. 수험생 A씨는 “공교육만으로는 절대 못 푸는 어려운 문제들이 ‘킬러’라고 하더니 갑자기 어려운 문제, 복잡한 문제, 나형(문과생에게)에 불리한 문제라고 말을 바꾼 것 같다. 9월 모의고사와 수능이 어찌 나올지 너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전날 ‘공정 수능’ 기조에 따라 최근 3년 치의 수능과 6월 모의평가 킬러문항 22개를 공개했다. 그런데 킬러문항 선정 기준의 모호함, 교육부의 회피성 설명 등이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반응도 있다. 예를 들어 킬러문항 사례로 6월 모의평가 수학 영역 21번이 포함됐는데, 많은 수험생은 당시 28번 미적분 문제가 오히려 킬러문항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학부모 B씨는 “킬러문항이란 문항의 정답률이 30~40% 되던데 그게 무슨 킬러라는 건지 어이없다”고 했다. 수험생 C씨는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했는데 정작 (교육부의) 발표를 보니 일단 수습하려고 공수표를 던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 설명에 담긴 모순이 혼란의 원인이란 진단도 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22개의 특징을 요약하며 향후 출제 과정에서 지양할 점을 제시했다. 영어의 경우 어려운 어휘나 문장은 줄이고 전문적이거나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도 배제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난도가 내려간다는 얘기인데, 교육부는 “변별력 있을 것” “9월 모의평가 때 보여드리겠다” 등 수준의 답변을 거듭했다.

충남지역 고교의 15년 차 영어교사는 “내용 파악은 (종전 수능보다) 쉬워지는데 실제 답을 찾는 과정에선 뭔가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새 유형을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했다. 이런 모호함 때문에 준킬러문항이 다수 출제될 것이란 예측에도 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9월 모의평가까진 현장 불안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며 “그 뒤 수능까지 불과 두 달 남는데 이렇게 불확실성을 높일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성윤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