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화이트리스트)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상대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자국 기업에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다. 이전에는 일본에서 반도체 핵심소재를 들여올 때 일일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화이트리스트 지정 이후에는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수출통제 대상(전략물자)가 아닌 품목도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4년간의 수출규제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개발에 나서고, 수입국을 다변화하면서 대일 수입 의존도는 감소했다. 다만 화이트리스트 재등재로 수출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양자 컴퓨터용 반도체 개발 등에서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긍정적 신호가 될 전망이다. 한·일 정밀화학 기술 공동연구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니카코리아 등 반도체 부문 소재·장비 기업들도 국내 생산시설의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3월 일본계 외투기업 투자 활성화 간담회를 주재하고 첨단소재 기업 대표들에게 국내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국내 기업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인적 교류나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양국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수출규제 갈등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일본 피고기업에 배상 판결을 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에 나섰고, 다음 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도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이다.
양국 간 갈등은 지난 3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빠르게 봉합됐다. 일본은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해제했고, 한국도 WTO 제소를 철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측의 선제적 화이트리스트 원복 조치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심도 있는 정책 대화로 수출통제 분야에서 양국 간 신뢰가 완전히 회복됐다”며 “향후에도 수출통제 현안 관련 일본과의 협력을 긴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