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특검의 몰락

입력 2023-06-28 04:10 수정 2023-06-28 04:10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인신 구속의 기로에 선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처지는 조금 특별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쐐기를 박은 국정농단 수사로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잇단 비리 의혹으로 ‘가장 몰락한 특검’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 등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2017년 3월 국정농단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2021년 7월까지 특검을 그만두지 못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그가 기소한 국정농단 연루자들의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몰락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 등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4년 7개월만에 특검을 그만두면서 시작됐다.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는 지난 4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고급 외제차를 공짜로 타고 다녔지만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특별검사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회의 유권해석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법꾸라지 같은 변명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특별검사에게 고검장에 준하는 보수(월 777만원)와 대우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장동 비리는 박 전 특검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혐의로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모두 그가 특검에 임명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박 전 특검의 구속여부는 법원 판단에 달렸지만 그의 혐의는 특검제도의 신뢰를 흔들어놓을 만큼 충격적이다. 앞으로 특검을 임명하기 전에 청문회를 거치든지, 보다 신중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