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영아 줄이려면… “보호 체계 패키지로 짜는 게 중요”

입력 2023-06-28 04:04
게티이미지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2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멍 뚫려 있는 법과 제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단순한 출산 지원 대책을 넘어 입양 등 다른 복지제도 개선과 함께 추진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문도 나왔다.

‘유령 아동’을 막기 위해 국회가 논의 중인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직접 친모 이름, 주민등록번호, 출생자 정보 등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하는 제도다. 출생신고 누락을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어 영아 학대와 살해 범죄를 차단하는 핵심적인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27일 “출생신고 누락으로 아이가 누려야 할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순간부터가 아동 학대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 교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도 출생 직후 등록될 권리, 부모를 알 권리, 자신을 낳은 부모 밑에서 양육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생통보제가 의료기관 부담을 키우거나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다. 병원 밖 출산 문제 대응 방안으로 보호출산제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지자체 도움을 받아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보호출산제 도입은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노 교수는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경우는 대부분 고립돼 있고 주변에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더 숨게 되고, 오히려 양육을 포기하는 쪽으로 유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혼모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화여대 교수)은 “단순히 익명으로 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담을 통해 가능한 경우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정말 사정이 어려운 경우 건강하게 입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보호출산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공 대표도 “적어도 위험한 곳에서 노출된 출산을 막을 방법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령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출생통보제 등의 법제화 외에도 입양제도, 미혼모 지원 등 복지체계 전반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 하나 만들어진다고 사회가 안전해지는 게 아니다”며 “이런 아이들이 애초 존재하지 않고 영아살해라는 죄명 자체가 불필요한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아동정책은 ‘아동보호체계’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하나의 패키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부터 미등록 영아 22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 절차에 돌입한다. 보건복지부는 늦어도 28일까지 적극행정위원회를 열고 안건이 통과되는 대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