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상가 건물 지하주차장 입구.
차량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주차장 입구의 차단기 너머로 주차된 진회색 승용차가 눈에 띈다. 이 차량은 지난 22일부터 엿새째 주차장 입구를 막은 상태다. 30여대 주차가 가능한 지하 1∼2층 주차장은 입구가 막히기 전 주차된 차량 5대를 빼곤 텅 비었다. 이 차량들은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상황이다.
주차장 입구를 막은 차량의 주인은 이 건물 임차인인 40대 남성 A씨다. A씨는 건물 관리 주체를 놓고 건축주와 갈등 중인 건물 관리단이 최근 주차장 차단기를 설치하고 주차요금을 받는 것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관리단은 A씨 등 일부 임차인의 관리비가 상대 측으로 징수되며 장기간 미납되자 주차장 차단기를 설치했다.
건물 입주 상인과 방문객들은 A씨 차량으로 주차장 입구가 막힌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방문객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직접 경험하니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A씨 차량 견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상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등이 불법 주차에 따른 견인 조치를 할 수 없다. 건물 관리단이 직접 나서 견인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견인 과정에서 사유재산인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면 건물 관리단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지난 22일 신고를 접수한 뒤 A씨와 가족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A씨에 대해 체포영장과 차량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모두 반려했다. 검찰은 A씨가 출석 통보에 불응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판단과 함께 범죄 혐의를 입증할 목적으로 차량을 압수할 이유도 없다는 취지의 반려 사유를 경찰에 전달했다.
주차장을 고의로 막는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다. 앞서 인천에서는 2018년 차량에 주차 위반 경고장이 붙었다며 송도국제도시 아파트단지 주차장을 막은 캠리 차주가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