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9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아이 입양을 바라는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당시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상태였지만 산모인 것처럼 행세하며 B씨에게 대가를 받고 아이를 건네주기로 약속했다.
A씨는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어하는 미혼모를 물색했다.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다는 글을 올린 임신 상태의 C씨를 찾아낸 뒤 마치 자신이 아이를 키울 것처럼 C씨를 속여 아이를 건네받기로 했다. 아동매매 브로커 역할을 한 것이다.
A씨는 C씨에게 자기 이름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했다. 산모에게 지급되는 카드를 C씨에게 건네며 병원비를 대신 결제하게 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C씨가 출산하자 A씨는 아이를 건네받은 뒤 인근 모텔에서 B씨에게 아이를 넘겼다. 그는 대가로 700만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이처럼 온라인을 창구로 이뤄지는 ‘불법 입양’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메신저 오픈채팅방,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거래가 진행되다 보니 단속도 어려운 상황이다. 규모 파악도 어렵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미등록아동 2236명 중 상당수도 이 같은 ‘검은 루트’로 아이가 다른 가정 등에 넘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현실적으로 아이 양육이 어려운 미혼모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고충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면 쪽지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하는 식이다. 브로커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객’을 찾아내고 사례비 등으로 유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를 필요로 하는 난임 부부에게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접근하기도 한다.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불법 입양 관련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혼모 D씨의 경우도 커뮤니티에 남긴 글을 보고 브로커 E씨가 연락해 왔다. 외도로 아이가 생긴 D씨는 ‘도와달라’고 글을 남겼고, 브로커는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하는 부부가 있다’며 난임 부부를 연결해줬다. E씨는 출산 후 이들 부부에게 아이를 넘겼고, 대가로 650만원가량을 받았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불법 입양은 아동에 대한 추적이 어려워 사실상 ‘유령 아동’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아이가 제대로 된 가정에 입양됐는지, 아니면 범죄집단에 넘겨졌는지 알 길이 없다. 감사원 감사로 적발된 ‘화성 영아 매매’ 사건의 20대 친모는 경찰에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을 찾게 돼 아이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모는 이후 아기가 누구에게 넘겨졌는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커들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친다. A씨의 경우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E씨 역시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에 그쳤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