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지 1주일 만에 공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두고 교육계와 학원가는 수험생 혼란과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어려운 반쪽짜리 발표였다고 비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6일 서울 용산구 사걱세 사무실에서 교육부 대책 발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분석과 방향 수정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예시로 든 킬러문항에 대해서는 정답률을 기준으로 했을 뿐 해당 문항이 왜 교과과정에서 벗어난 것인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수일 사걱세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교육부에서 제시한 킬러문항 중 6월 모의평가 수리영역 22번 문항은 정상적인 교과과정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며 “킬러문항은 오답률로 정하는 게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규제에 관한 특별법’ 등 정해진 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요인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율형사립고·외고·국제고 체계 유지, 초1·중3 학업성취도 평가 권고 등이 오히려 문제풀이식 수업과 사교육을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험생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입시생 커뮤니티 ‘수만휘’(수능날만점시험지를휘날리자)에 한 수험생은 “공교육 강화를 말하는데, 능력 없는 선생님들 수업을 듣는 것보다 유명 입시학원 인터넷 강의를 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수험생은 “일반적인 공교육만으로는 풀이를 생각해내기 어렵다고 한다. 공교육 수준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변별을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책 발표 시점 탓에 오히려 수험생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이 140여일밖에 안 남았는데 지금 발표하면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킬러문항이 빠지면 상위권 변별력은 어떻게 가를지를 밝히지 않아서 수험생으로선 답답한 발표였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백재연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