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첼리스트의 미국공연 꿈… 넉넉히 채우다

입력 2023-06-28 17:52
온누리교회 일본어예배에서 특송하는 심난영씨와 여명효군.

성악가 심난영씨는 2020년 자신의 옥합을 깨트려 엔에이씨엘(Nurturing Angeles and Christian leaders) 재단을 설립했다. 그동안 친구들은 난영씨를 ‘자비량 선교사’로 부르며 “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에 그렇게 열심인지” 물었다. 그때마다 난영씨는 “하나님께서 주신 음악적 재능을 나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이의 꿈을 이루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1인 재단을 설립한 후 난영씨는 본격적으로 장애예술청년가를 만나기 시작했다. 2년 전 장애 사역을 하는 파주의 한 교회 행사에서 여명효(첼리스트)군을 반주자와 첼로 연주자로 처음 만났다. 난영씨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명효군이 반주자와 눈맞춤(아이컨택) 하며 음악에 완전히 집중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보통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타인과 소통이 쉽지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훈련을 받은 명효군은 연주자로도 손색이 없었다.

난영씨는 지난해 초 한국예술종합학교 학부를 졸업한 명효군이 꾸준히 프로 연주자들과 협업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줬다. 올해 초 난영씨가 명효군의 어머니와 새해 인사를 나눌 때였다. “이제는 해외에 나갈 기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명효와 연주하러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난영씨는 “그럼요! 기도하며 준비해요”라고 답하며 그 꿈을 본인 마음에 심었다.

당시 난영씨는 2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기획한 공연을 위해 출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1월 말 미국 뉴저지 에바다정신건강센터(Ephatha Metal Health Associates)와 연락이 닿아 명효군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본 난영씨는 출국 2일 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진행하는 국제교류지원사업에 기획서를 제출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워크숍 및 명효군의 독주회에 관한 사업 기획서였다.

난영씨는 미국 공연 중에도 기획서가 승인됐을 때 필요한 것을 살피며 주위에 명효군과 그 어머니의 꿈을 이야기했다. 얼마 후 기획서는 통과됐고, 미국 비블레스트(BLESST) 기관의 후원도 받아 명효군은 당초 기획한 동부 공연에 이어 서부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미국에서 공연하는 명효군과 어머니는 “새해에 덕담처럼 꿈을 나눴을 뿐인데 이뤄졌다”며 난영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난영씨는 “함께 하는 사람들을 통해 소망한 것보다 더 멋지고 풍성하게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기도 응답에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장애예술청년가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하루-그리스도인의 하루’는 신앙생활에 힘쓰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 바랍니다.

박성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