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부동산연구팀’ 문 닫은 KDI… 홍장표 지우기?

입력 2023-06-27 04:05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문재인 정부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홍장표 전 원장이 부활시킨 부동산연구팀을 없애고, 윤석열정부의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을 위한 노동시장연구팀을 신설했다.

KDI는 지난 1일 노동시장연구팀과 국채연구팀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동철 원장이 6개월 만에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이다. KDI는 팀 신설 이유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노동 및 교육 이슈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국채 및 관련 금융시장 연구를 보다 심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홍 전 원장 때 만든 부동산연구팀이 사라진 것이다. 부동산연구팀은 홍 전 원장이 재임하던 2021년 11월 7년 만에 부활했다가 2년 만에 다시 해체됐다. 분기마다 발간하던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도 지난해 3분기 이후 중단됐다. KDI 관계자는 26일 “부동산연구를 하던 연구자가 이직하는 등 내부 변동이 있어 팀이 해체됐다”며 “부동산 연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연구부서에서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주도한 홍 전 원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퇴진 요구를 받자 정부에 쓴소리를 하고 물러났다. 홍 전 원장은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자신을 물러나라고 한 데 대해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신임 조 원장은 조직 개편으로 홍 전 원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동시에 이번 정부와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KDI는 최근 대학 구조개혁, 연금 공백기 대응 방안 등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3대 개혁 뒷받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