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래에셋 ‘한국형? 상품’ 논란… 혼란 조장한 금투협?

입력 2023-06-27 04:06 수정 2023-06-27 04:06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과장 광고를 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후발업체 ‘상품 베끼기’를 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금융투자협회는 문제의 광고를 승인했다 업계 반발에 수정을 권고하는 등 입장을 번복해 시장 혼란을 발생시켰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미래에셋운용이 지난 20일 출시한 ‘TIGER(타이거) 미국배당 3% 7%프리미엄 다우존스’ 상품 광고 마케팅에 ‘한국형 제피’라는 표현에 대해 수정을 권고했다. 제피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이 운용하는 액티브 ETF다. JP모건 매니저들이 미국 대형주와 주식연계채권 등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은 해당 ETF를 JP모건의 상품을 빗대 ‘한국형 제피(JEPI)’로 투자자에 소개했다. 그러나 JP모건과 이 상품은 연관이 없는 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피는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4위에 올랐다. 미래에셋은 이런 인지도를 자신의 상품 홍보에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전략 외에는 미래에셋 타이거와 JP모건 제피와의 공통점은 없다”며 “이는 투자자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광고를 애초 승인한 금투협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상품 출시 전에도 ‘제피’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업계 민원이 있었으나 금투협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상장 이후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금투협은 문구 수정 권고를 미래에셋 측에 전달했다.

미래에셋운용의 경쟁사 상품 베끼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상장한 ‘타이거 미국배당다우존스’의 경우 신한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상장한 ‘쏠(SOL) 미국배당다우존스’와 상품명과 추종 지수가 같다. 지수 독점권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다만 업계 선두 플레이어가 점유율이 1~2%에 그치는 후발주자의 히트 상품을 흡수하려는 행태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운용 측은 “국내 투자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당사는 업계의 광고문구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JEPI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이 상품은 투명한 운용구조를 통해 한국형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타이거 미국배당다우존스’는 2830억원의 순자산 규모로 상장을 했다. 국내 ETF 역사상 최대규모다. ETF는 80억~100억원으로 상장해 조금씩 몸집을 불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신한운용 상품이 당시 2700억원 수준의 순자산인 점을 감안해 미래에셋이 이를 근소하게 앞지르기 위해 예외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은 출시 후 ‘역대 최대’ 규모인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운용보수도 신한운용 ETF(당시 0.05%)보다 0.02% 포인트 낮춘 0.03% 포인트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은 “투자자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같은 날 상장해 한국형 ‘제피’ 광고로 지적을 받은 ‘미국배당 프리미엄 다우존스’의 보수는 0.39%로 책정돼 같은 지수를 활용함에도 보수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자신의 인프라를 활용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이 당장은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겠지만, 경쟁자가 사라지고 나면 그때도 낮은 수수료를 제시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