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제2 엘리엇’ 메이슨… 판정까지 닮은꼴 되나

입력 2023-06-27 04:02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1300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중재재판부 판정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엘리엇 사건과 쟁점이 유사한 ‘메이슨 사건’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지난해 5월 최종 구두변론이 마무리되고 판정만 남은 상태다. 메이슨은 2018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최소 2억 달러의 손해를 보았다며 중재를 신청했다. 당시 메이슨은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국내 법원 판결을 주요 근거로 삼아 박근혜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절차에 개입했다는 논리를 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했다면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란 내용도 청구서에 포함됐다.

메이슨과 한국 정부는 그동안 주고받은 서면에서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국민연금의 찬성 표결과 메이슨이 주장하는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다퉜다.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최소기준 대우 의무를 어겼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놨다.

메이슨 사건의 쟁점은 최근 결론 난 엘리엇 사건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엘리엇 사건에서 중재재판부는 국민연금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판단했다. 국가에 귀속되는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면서 정부와 기능·재정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중재재판부는 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것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협정상 최소기준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국민연금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됐다.

법조계에서는 메이슨 사건에서도 한국 정부가 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이은 패소 선례를 쌓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 법무부가 엘리엇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취소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판정을 인정하고 세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게 현실적이란 반론도 있다.

투자자 보호 취지를 벗어나 투기자본의 공세 수단이 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곽경직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중재재판부에서 심판을 받게 된 이유는 국제법 일반 원칙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ISDS 조항을 둔 투자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라며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