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사채업자, 못 따라가는 경찰… 피해자에 “채권자 정보 직접 가져오라”

입력 2023-06-27 04:06
국민일보DB

불법 사채업자의 영업 및 추심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불법 사채 영업과 추심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 텔레그램 등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탓에 긴 시간과 인력을 쏟아붓는 기획 수사 방식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고금리 관련 신고는 2255건으로 전년(1219건)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미등록 대부업체 신고도 2020년 3369건에서 2021년 4163건으로 증가했다. 불법 사채시장은 SNS 등으로 거점을 옮기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불법 사채 영업 및 추심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피해자들은 불법 사채업자들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프로필에 이름이 공개되더라도 실명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일 인물이 여러 계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에 피해자들이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더라도 경찰은 수사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경찰은 과거 방식대로 채권자의 이름, 연락처, 계좌번호 등 정보를 요구하지만 피해자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시간으로 추심 피해를 보고 있는 피해자에게 법정 최고금리 이상 이자를 주지 말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경찰도 할 말은 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 등이 사용된 탓에 피해자가 제공한 계좌번호와 연락처의 명의 제공자를 파악하더라도 사채업자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선 CCTV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과정에서 최소 1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불법사금융에 대한 경찰 수사는 대체로 지능범죄수사대 주도하에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대규모 기획 수사로 이뤄진다. 첩보를 입수하고 쌓인 제보를 통해 사건을 병합하는 식이다. 많은 수사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소액 피해를 본 단건 사건은 해결되기 어려운 셈이다.

문제는 수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들은 지속적인 불법 추심 피해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대부업법 위반 범죄가 발생한 후 3개월 이내 피의자가 검거되는 비율은 40%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1년 넘게 걸리는 비율은 30%에 달했다. 수사 개시 사실을 모르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불법 추심을 멈출 리 없다.

지능범죄수사 부서를 중심으로 불법 사채 대응 인력을 대폭 늘려 수사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불법 사채는 사실상 보이스피싱과 비슷한 구조라는 점에서 경제팀이 아닌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담당하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김진욱 신재희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