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매 시 세금 부담을 덜어주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이달 말에 종료한다. 다음 달부터는 신차를 살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으로 신차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나온 변화라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빈자리를 신차급 중고차 시장이 메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침체한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 수단으로 자동차 개소세 인하카드를 자주 썼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개소세를 30% 내렸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를 겪은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70%를 인하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30% 내린 세율을 적용한 뒤, 6개월 단위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번 달을 끝으로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하면서 소비자는 새 차를 살 때 최소 수십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신차 소비가 위축돼 자동차 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 의향 지수(VPI)는 73.3까지 떨어졌다. VP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소비자가 차를 사려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가속화하는 카플레이션에 더해 신차 구입 대출 이자까지 치솟았기 때문인데 여기에 개소세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6일 “이미 오랜 기간 개소세 인하 혜택이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내성이 생겼다. 원래대로 5% 세율을 적용하면 비싸다는 생각을 하게 돼 구매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르노코리아나 지프 등 완성차 업체는 ‘즉시 출고’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달에 신차를 계약해도 다음 달에 출고를 받으면 개소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차 같은 중고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많다. 중고차 플랫폼인 케이카 관계자는 “출고 대기가 없는 데다 세금 부담이 적은 신차급 중고차에 소비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차급 중고차는 출고한 지 1년이 안 되고 주행거리 1만㎞ 이내인 차량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하반기에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는 당초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를 올해 5월로 권고했지만 중고차 시장이 침체하면서 사업 개시를 늦췄다. KG모빌리티도 올해 하반기에 사업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면서 상황을 주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는 이제 막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는 업체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나서면 소비자의 신차 구매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고차의 잔존가치가 높으면 완성차 입장에선 신차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