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포퓰리즘’ 쪽박… ‘유럽 돼지들’ 줄줄이 정권교체

입력 2023-06-27 00:03 수정 2023-06-27 00:07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서 2차 총선 승리 연설에 나서 지지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정은 없다’는 슬로건하에 2차 총선을 자청했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단독 재집권에 성공했다. 10년 이상 파탄 상태였던 그리스 경제를 부활시킨 미초타키스 총리와 그가 이끄는 중도우파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의 리더십은 향후 4년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좌파 포퓰리즘의 아성’이던 남유럽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에서 줄줄이 우파가 집권하는 도미노 현상도 완료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AFP통신 등은 그리스 내무부가 개표율 90%를 넘긴 상황에서 발표한 개표 결과를 인용해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당이 40.55%를 득표해 17.84%에 그친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크게 앞질러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마초타키스 총리는 승리 선언 하루만인 26일 곧바로 차기 총리로 취임했다.

그리스 선거법에 따르면 2차 총선에서 승리한 제1당은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얻게 된다. 신민당은 전체 300석 중 158석을 차지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신민당 대표인 미초타키스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4년이라는 새로운 임기를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실시된 1차 총선에서 신민당은 40.79%를 득표해 크게 승리했지만 과반 의석에서 5석이 부족하자 연정을 거부하고 보너스 의석을 받을 수 있는 2차 총선을 추진했다. WSJ는 “오랜 기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그리스 국민들이 미초타키스 총리를 재신임한 것”이라며 “포퓰리즘을 청산한 정책이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는 1990년대 초반부터 강경좌파가 집권하며 연금과 각종 복지수당에 재정을 낭비하다 2010년 국가 부도 사태로 내몰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지난해 3월에야 겨우 나랏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미초타키스 총리와 신민당은 감세와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시장친화적 경제정책을 적극 추진해 성장률을 2021년 8.4%, 지난해 5.9%로 끌어올리는 등 경제를 정상화했다. IMF 구제금융 조기 상환, 국가신용도 회복 등도 이뤘다.

미초타키스 정부 이전 집권했던 시리자는 2차 총선에서 1차 때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몰락했다.

그리스와 함께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이른바 PIGS에는 잇따라 우파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알베르토 누네즈 페이호(가운데) 스페인 국민당(PP) 대표가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마드리드 주지사와 시장으로 당선된 자당 후보의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거쳐 2019년부터 집권해온 스페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은 지난달 28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중도우파 국민당과 강경우파 복스(Vox)가 광역자치단체 12곳 중 9곳을 차지한 것이다.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정권은 위기에 내몰리자 올해 말 총선을 7월로 앞당겨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지방선거가 총선의 전초전이자 바로미터이므로 현재까지의 조기 총선 향배는 국민당과 복스에 유리한 형국”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말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실각하고 ‘이탈리아 형제들(Fdl)’이 제1당으로 등극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집권했다. 애초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 집권 이후 100년 만의 극우정권이란 우려를 낳았지만 연금 개혁 등으로 고질적인 재정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포르투갈 안토니우 코스타 사회당 정부는 ‘무늬만 중도좌파’다. 90년대부터 20년 이상 집권하며 과도한 재정 소모를 야기했던 강경좌파 색깔을 완전히 버렸다. 지난 총선에선 연금 개혁을 내세워 공산당·좌파연합 등 기존 연정 파트너를 물리치고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