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킬러 문항 공개한 교육부, 재탕 대책으로 사교육비 줄이겠나

입력 2023-06-27 04:0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교육부의 사교육 대책은 문제의식이나 대응 방안이 늘 비슷했다. 공교육의 질을 제고해서 사교육의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어제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백화점식 대책을 나열했지만, 근본적인 사교육 근절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획기적인 공교육 강화 방안도 보이지 않았다. 사교육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평가 등에 등장한 소위 ‘킬러 문항’을 공개했다. 말 자체가 비교육적인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가리기 위해 출제되는 초고난도 문항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이를 공교육 수준을 벗어나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킬러 문항이 2021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한 문제에 불과했으나 2022학년도,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연거푸 7개씩으로 늘었다. 이달 초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도 킬러 문항이 7개 등장했다고 교육부는 인정했다. 다만, 오는 11월 수능에서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킬러 문항을 출제하고 이를 인정한 것 자체가 교육부의 자가당착이다. 킬러 문항이 공교육과정을 넘어선 것이라면 선행학습은 물론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입학전형을 금지한 공교육정상화특별법 취지에 어긋난다. 2021년에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 출제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정도로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기 전에 이를 걸러냈어야 했다. 교육부는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공교육과정을 벗어나면 엄중한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기 전에 자기반성을 먼저 하고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 과거 교육정책의 오류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부가 매년 비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서민가구의 사교육비는 식비와 주거비를 합친 금액보다 비중이 높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한국만큼 사교육비를 많이 쓰고, 사교육시장이 날로 커지는 나라가 없다. 교육부는 사교육 근절 방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