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목회는 한국교계의 ‘뜨거운 감자’다. 최근 한 원로 목사는 목회자 세미나에서 이중직 반대 논리로 ‘프로 정신’을 앞세웠다. 목회자라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편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작 이중직 목회자는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국민일보가 이중직 목회자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과 신앙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목사가 다른 목사의 교회를 청소한다. 무료 봉사는 아니다. 청소 비용은 3.3㎡(1평)당 1만3000원. 교회뿐 아니라 아파트와 빌라 상가 심지어 대학까지 찾아간다.
기자는 지난 19일 김승우(52·함께걷는교회) 목사와 동행했다. 김 목사는 목회 외에도 청소 업체 ‘OO클린’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이중직 목회자다. 김 목사가 소속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중직 목회를 허용하고 있다.
이날 목적지는 경기도 수원 광교역 인근에 있는 99㎡(30평) 규모의 상가교회.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김 목사는 새벽 5시30분 차에 올랐다고 한다. 오전 청소엔 김 목사 아내와 남동생, 기자가 함께했다.
교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이곳에서 기자는 김 목사와 처음 만났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김 목사는 승합차 짐칸에서 접이식 손수레를 꺼내 청소기와 걸레 세제 등 청소도구와 용품을 실었다. 기자도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에 투입됐다.
쉬울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새 건물이라 걸레질만 서너 번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예배당 곳곳에는 공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강단 주변엔 톱밥이 널려 있었고 바닥엔 시멘트와 페인트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기자는 청소기부터 돌렸다.
얼추 마쳤을 때 기자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김 목사 동생인 김승범(49)씨가 “오늘 역대급으로 타일에 페인트가 많이 묻어 있다”며 도움을 구한 것이었다. 기자는 끌개를 집어 들고 쭈그려 앉아 페인트를 긁어냈다. 다 긁어낸 뒤에는 대걸레로 강단 주변을 닦았다.
갈 길은 멀었다. 김 목사가 바가지에 세제를 담아 흩뿌렸고 나머지는 일제히 대걸레로 밀었다. 문제가 생겼다. 기자가 걸레질한 곳만 중간중간 희뿌연 때가 남아 있었다. 결국 김 목사가 기자가 지난 자리를 다시 닦아냈다. 이사 청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청소를 마치니 11시30분쯤 됐다. 점심식사는 20분 만에 해치웠다. 김 목사는 또 다른 청소 일정이 있어 오후 1시까지 의정부로 돌아가야 했다.하루 2건은 다반사였다.
평소보다 3시간 일찍 일어난 탓일까. 고작 반나절 일했는데 오후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저녁에 김 목사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설교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보통 평일 오후 9시까지 교회로 가서 30분~1시간씩 주일 설교를 준비한다”며 “다음 날 일이 없는 금요일엔 새벽 3시까지 설교문을 쓴다”고 했다. 그는 평일 밤 10시엔 심야 기도회도 인도한다.
이중직 목회자인 김 목사는 딜레마를 안고 산다. 그는 “아무래도 일을 하면 심방과 설교 준비 등에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한다. 이중직 목회자가 담임하는 교회를 사람들이 찾을까 의문이 들 때도 많다”면서도 “교회와 가정을 책임지려면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중직 목회자로 살면서 성도들의 애환을 공감하게 됐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주중에 힘들게 일하다 보면 주일에 쉬고 싶을 때도 있다”며 “일하고 난 후 성도들이 주일에 교회 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겐 한가지 꿈이 있다. 후임자를 구하기 전 교회 채무를 모두 갚는 것이다. 김 목사는 “내가 은퇴해도 함께걷는교회는 남았으면 좋겠다. 후임자는 재정 걱정 없이 사역에만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