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27세 청년이 2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티스엘리베이터 소속인 이 청년은 지난해 입사해 올해 정규직 직원이 됐으니 경험이 많지 않았을 텐데도 혼자 작업하던 중이었다. 헬멧과 안전줄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고 하니 부주의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 청년은 추락하기 10여분 전 동료에게 ‘혼자 작업하기 힘드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감당하기 버거운 환경에서 무리하게 작업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 노동 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2인 1조 작업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62조는 ‘사업주는 사업장에 승강기의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해 그 사람의 지휘하에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에도 경기도 오산시 한 상가 건물에서 30대 노동자가 혼자 승강기를 점검하다 추락해 숨진 사고가 있었던 것을 보면 이 주장이 과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오티스엘리베이터 노조도 2019년부터 꾸준히 2인 1조 의무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규정을 외면하는 이유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일 게다. 안전시설 및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직원 교육에 소홀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산재 사고로 874명이나 숨졌다. 비용을 아끼려고 위험을 방치하는 기업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안전 법규를 지속적으로 보완·강화하고 위반 시 엄중 처벌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산재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