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러, 영공 통과료 20% 인상

입력 2023-06-27 04:05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가 하늘길 사용료 인상에 나선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재정난이 심화하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영공을 지나 운항 중인 항공사들의 항공료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영공 통과료를 20% 인상하는 데 서명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항공사는 영공을 통과하는 동안 제공되는 관제 정보 서비스에 대가를 내는데 이를 영공 통과료라고 부른다. 요금은 통과 영역과 시간 항공기의 크기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러시아가 영공 통과료 인상에 나선 데에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등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재정난을 수익성 좋은 사업 중 하나인 영공 통과료로 충당하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가진 러시아는 전쟁 전만 하더라도 영공 통과료로 매년 약 17억 달러(2조2144억원)를 벌어 들여왔다. 하지만 서방 국가의 제재 이후 대부분의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운항하면서 수익이 대폭 줄었다. 러시아 고위 관계자는 “전쟁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영공을 이용 중인 항공사들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러시아가 영공 일부를 재개방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결정에 따라 러시아 동맹국과 중립국 항공사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항공사들은 전쟁 중에도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면서 화물 운송 등에서 경쟁력을 보여왔다. 에어 인디아, 터키항공, 에미레이트 항공, 에티하드 항공, 카타르 항공 등도 더 많은 영공 이용료를 내게 됐다. 업계에선 이 업체들의 항공료가 다소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직항편을 운항 중인 항공사들이 항공편 운항 지속 여부를 검토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다만 국내 항공사의 경우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행, 미국행 비행편을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운항해왔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애초 영공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여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러시아 영공을 피하는 운항 체계도 유지될 전망이다. 유럽행, 미국행 비행시간이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까지 더 소요되는 상황 등이 지속되게 됐다. 항공료 고공행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