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한 ‘전기요금 결정체계 개편’ 연구 용역 결과가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을 최종 결정하는 실질적인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지 주목된다.
26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용역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용역 연구 주체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전기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부 장관이 가진 실질적인 전기요금 결정 권한을 전기위로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전기위를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이를 바탕으로 태평양에 용역을 의뢰했다.
2001년 출범한 전기위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 심의 권한을 갖는 최종 결정 기구다. 한국전력이 산업부에 전기료 인상·인하를 신청하면 전기위가 이를 심의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물가 관리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 국민 여론, 정치 논리가 전기요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시장 상황보다는 정무적인 판단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된 셈이다.
태평양도 “전기요금 규제는 전문성을 보유한 독립적 규제기관보다는 물가 안정을 포함한 기타 정치적 고려하에서 이뤄져왔다”며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탈정치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분석했다. 태평양은 아울러 “전기위는 산업부 장관의 권한을 보좌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현재 전기요금 결정권은 정부에 있어 전기위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기위는 심의 기능만 있고 의결 권한은 없어 인·허가 분쟁이 일어나면 공정성 시비도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력시장 개편 연구 용역은 오는 30일까지가 기한이다. 사업계획서에 담긴 대로 전기위의 독립 체계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전기요금 결정권을 전기위에 일임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용역 마무리 시점은 좀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기위가 향후 위상이 강화될 경우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초까지 요금 동결을 강조하고 있는 여권이나 물가 안정을 목표로 두는 기재부 등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
반면 산업부가 용역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전력시장 개편안 마련을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