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패배시키는 건 예수님 방식 아니다, 반대자도 이웃으로 대해야”

입력 2023-06-27 03:02
데이비드 임마누엘 고틀리 풀러신학교 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회의 선지자적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교육 기관인 풀러신학교의 데이비드 임마누엘 고틀리 총장이 한국을 찾았다. 풀러신학교의 첫 흑인 총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1월부터 학교를 이끌고 있다. 고틀리 총장은 지난 22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동성애와 낙태 등 세속문화와 기독교 간 충돌 속에서 교회가 “반대자들을 이웃으로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한국교회 방문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15년 전쯤 침례교단연합회 연례회의 방문차 서울에 왔었다. 한국교회가 가진 예배의 역동성과 선교적 에너지, 선교사를 섬기는 태도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열정적인 기도와 섬김, 공동체 의식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신학교들의 통폐합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데.

“통계적으로 미국 내 크리스천 인구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대부분 교단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학교나 학생을 도울 재정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 통폐합이라는 선택을 하는 학교들도 생겨났다. 일부 학교는 성장하기도 했다. 전체 재적 수로만 보면 지난 20년간 크게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풀러신학교는 이 같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전통적인 신학 학위를 공부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혁신적으로 새로운 학위과정을 만들려고 한다. 하나는 ‘채플린’ 관련 과정이다. 원목이나 군목처럼 교도소나 스포츠팀 기업 등에서 일하는 목사를 말한다. 채플린 양성 과정이 오는 가을학기부터 시작된다. 또 다른 하나는 결혼 가족치료 박사학위 프로그램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강좌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동성애와 낙태 이슈 등 세속문화와 기독교의 충돌이 심해지고 있다. 기독교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우리는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 그분은 사랑을 말씀하셨다. 때에 따라 생각을 논박하고 솔직해질 필요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패배시키고 적을 만들고 파괴하는 것은 예수님의 방식이 아니다. 반대자를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현대적인 성경 해석과 전통적인 성경 해석의 교차점 위에서 살아야 한다.”

-서구권의 기독교 교세 감소가 심상치 않다. 반전의 기회는 없을까.

“심고 물 주는 일은 우리의 책임이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시간과 계절이 있다. 이파리가 없어도 나무는 살아 있고 때가 되면 다시 열매를 맺는다. 우리도 신실하게 살아가면서 하나님께 맡기면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순절 계통 교회들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경험을 무시한 채 철학적이고 지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교단들은 약해지고 있다. 좋은 신학은 하나님의 임재와 영적 경험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풀러신학교의 첫 흑인 총장 선출을 미국 교회의 변화로 해석해도 될까.

“풀러뿐 아니라 많은 신학교에서 백인이 아닌 흑인이나 히스패닉과 아시안 리더가 증가하고 있다. 긍정적인 일이다.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교회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백인이 다수인 교회에서는 여전히 백인 남성 목회자를 선호한다. 역사적인 인종 갈등은 극복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