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겨냥한 제3지대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한국의 희망’이 2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성찰과 모색’도 이날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정의당도 25일 혁신 재창당 방침을 밝혔다. 노동·녹색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제3세력을 결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대부분이 진영 정치 극복을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편을 갈라 무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정부 이후 진영 정치는 심해졌고, 국민의 정치 혐오도 그만큼 깊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율이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제3지대 신당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력한 지표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제3지대를 추진하는 사람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총선 때마다 많은 정치인이 새로운 정치와 양당 정치 극복을 내세웠다가 실패하는 일이 되풀이됐다. 지난 10여년간 제3지대 정치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안철수 의원도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다. 제3지대 세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주목받은 선거구제 개편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정치권 인사들이 제3지대 움직임은 미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제3지대를 선언한 정치인들은 미래를 열어갈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정치에 걸맞은 비전과 인물을 선보이고 이를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선거용 ‘반짝 신당’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진영 정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국민이 현재의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제3지대가 이런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