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공원에서는 매주 화요일 정오에 ‘노숙자 급식전도회’ 사역이 열린다. 동경애선교회가 주최한 사역에 신복규(70) 일본 선교사가 27년째 협력하고 있다. 찬양 사도신경 기도 설교 등의 순서로 예배가 진행되고 설교자 7명이 매주 돌아가며 말씀을 전한다. 태풍이 불고 눈이 와도 중단된 적이 거의 없다. 예배 후에는 배식 이·미용 등의 사역이 이어진다.
신 선교사는 25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교회에서 아무리 전도지를 많이 돌리고 행사를 해도 일본인이 모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그런데 매주 이곳에서 200여명부터 많게는 1000여명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이 감사하다. 한 영혼이라도 구원받길 소원하며 복음을 계속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선교사는 복음을 전할 뿐 아니라 노숙인들에게 배식하고 이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봉사도 한다. 특히 30년 가까이 이·미용 봉사를 하면서 제법 능숙해졌다. 그는 “이·미용 전문가가 아니라 ‘빡빡머리’로 깎아주는데 이 부분에 있어선 전문가가 됐다. 2~3분이면 한 명의 머리를 매만질 수 있다. 어떤 때에는 혼자 30명 이상 깎아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신 선교사는 처음 이 사역을 시작했을 때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서 노숙인이 많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많은 노숙인과 대화를 하면서 여러 사정으로 회사 가정 등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신 선교사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받은 노숙인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세례받은 것을 넘어 비슷한 처지의 동료 노숙자들을 돌보는 사역자로 헌신하는 이들은 오랜 노숙인 사역의 열매라 할 수 있다. 신 선교사는 “이곳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 가운데 목사가 2명, 전도사가 여러 명 있다”고 귀띔했다.
모든 노숙인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 신 선교사는 “노숙인이 자립해 사회생활 하길 바라지만 3개월 이상 이 생활을 하면 사회 복귀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들은 (사람이나 공동체의) 간섭을 받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취업했지만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35년째 사역하는 신 선교사는 하나님의 강력한 인도하심으로 선교지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목회자나 선교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교회학교 유년부 부장을 섬기면서 어린이들에게 말씀을 전했는데 말씀을 더 공부해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신학교 통신 교육을 받으면서 신학 공부에 대한 갈망이 커졌고 주변에서도 이에 대한 권유를 많이 했다.
가족의 반대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1988년 친구의 추천으로 일본에 입국해 동경기독교신학교 등에서 공부했다. 신 선교사는 일본어를 배우며 일본교회에서 협력선교사로 6년간 사역하다 1995년 동경성광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를 개척한 뒤 무료 일본어학교를 개설해 많은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알려주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한국인을 비롯해 일본인 중국인 등이 모인 국제 교회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예민한 관계에 있는 일본에서 선교하기란 여러 가지로 쉽지 않다. 한 일본 목회자로부터 “일본인을 사랑해서 선교사가 되었나”라는 질문을 듣기도 했다.
“저는 일본인 목회자에게 ‘우리 조상들을 생각하면 사랑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지만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사랑으로 일본인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죠. 한국교회가 일본의 복음 선교를 위해 많은 기도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일본은 어떤 나라…
“일본은 아시아 대륙 동쪽에 있으며 혼슈, 규슈, 시코쿠, 홋카이도와 이들 주변의 크고 작은 1만4125개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다. 국토는 한반도의 약 1.69배 정도이다. 인구는 1억2450만여명이다.”
-정치·경제·종교 상황은 어떤가.
“일왕을 국가의 상징으로 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이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인 경제 대국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인은 종교심이 강해 800만여개의 신을 섬긴다. 이 중 기독교인은 19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에도 못 미친다.”
-일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나의 제2 고향이자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인 나라라 할 수 있다.”
-일본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급하게 사역의 열매를 맺기 바라기보다 선교를 장기적으로 보고 꾸준히 사역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 영혼을 귀하게 보는 선교사이길 바란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