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후 성도들이 조금씩 모이게 되면 자연적으로 조직을 만들게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절대 전통적인 조직을 만들지 마라. 전통적 조직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새롭게 소통을 해야 하는데 옛 조직으로 새로운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분에서 사역 중심으로 교회를 움직이려면 조직 자체가 ‘사역 중심적’이어야 한다.
명칭도 전에 사용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사역 명칭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운영위원회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교회는 운영보다는 ‘사역’이나 ‘섬김’이 훨씬 좋다. 운영이 회의 중심이라면 사역이나 섬김은 목양 중심적인 느낌을 준다. 예전에 쓰던 구역이나 교구라는 단어도 대체할 만한 것을 고민해보는 게 좋다.
라이트하우스서울숲의 경우 교구 단위는 ‘하우스’로, 구역은 ‘테이블’이라고 부른다. 물론 젊은이 중심의 공동체라서 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개척은 새로움이 큰 무기라는 것을 말이다. 큰 교회 시스템이나 기존 교회의 구조는 개척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로 개척을 한 뒤 기존 시스템을 접목하면 새로운 교회라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 단어와 호칭을 고민하고 새롭게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배 순서도 마찬가지다. 찬양 인도자가 없고 반주자도 없을 때 무엇으로 강점을 세워갈 수 있을지 고민하되 다양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기존 예배와 다른 요소를 준비해야 차별화를 꾀할 수 있고 거기서 오는 이점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단어를 선택할 때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것이 좋다. 라이트하우스해운대는 소그룹을 ‘등대’라 부르고 리더를 ‘등대지기’라 부른다. 일반인들도 모두 부르기 쉬운 호칭이 좋다. 조직을 세울 때는 개척교회의 강점인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지향점을 바로 세운 사역들을 빠르게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다.
기존 교회의 사역 모습 가운데 지양해야 할 부분이 여기 있다. 사역을 이행하기에 앞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회의를 거치고 진행 과정도 매우 느린 경우를 봐왔다. 개척교회는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더욱 빠르게 결정해서 모든 일에 대처하는 것이 좋다. 조직을 꼭 기존 교회의 모습과 같이 전부 만들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만들어서 진행한다. 의사 결정기관을 최소화해 쓸데없는 조직이 생기고 진행 속도가 느려지지 않게 하는 게 지혜롭다.
어느 교회는 3년 임기 장로를 매년 뽑기도 한다. 성도 중 많은 분이 장로였다. 그리고 당회는 거의 매주 3~4시간 진행됐다. 이런 모습은 목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교회 모습이 아니다. 장로가 없고 당회가 없어도 회의 중심으로 충분히 사역을 진행할 수 있다. 목양과 사역 중심의 조직이 되도록 처음부터 단순하고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 개척 후엔 많은 조직보다는 소그룹을 만들고 소그룹 리더들이 행정을 맡으면 가장 좋다. 그 외에 다른 리더십 그룹을 만들지 말고 일하는 사람들이 회의하고 진행하면 빠르게 모든 사역을 진행할 수 있다. 잊지 말자. 개척교회의 강점은 빠르게 진행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교회의 모든 부분에서 새롭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같은 사역이라도 명칭은 새롭게 만드는 게 좋다. 목회자가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고 성도들도 힘써 일할 수 있는 목양 중심의 구조를 만든다. 예배와 친교 그리고 소그룹까지도 기존 명칭에서 벗어나 자신의 교회에만 존재하는 명칭을 만드는 것은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기쁜 마음으로 개척해 열심히 사역하다가 성도들로부터 ‘우리 교회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움츠러들지 않도록 모든 부분에 새롭게 준비한다. 명칭만 바뀌어도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하나씩 준비하면 좋겠다. 오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기도하며 애쓰는 개척 현장의 모든 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