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신생아 예방접종 비용을 보건소에 청구하는 과정에서도 출생 미등록 영아가 걸러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호자 연락 두절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사유 파악이나 추적 절차 없이 미등록 상태로 놔두는 상황이다.
25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질병관리청 2023년 예방접종 관리지침’에 따르면 출생 후 3개월 이상 주민등록번호로 전환되지 않은 신생아의 경우 관할 보건소가 시스템에 사유를 입력하도록 돼 있었다. 이를 입력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예방접종 비용 청구가 승인되지 않는다.
필수 예방접종은 비용이 무료이고, 의료기관이 추후 보건소에 상환 신청을 하는 구조다. 최근 발생한 ‘수원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처럼 임시번호와 출생신고 여부를 대조해 발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의료기관의 예방접종 비용 청구 과정에서 미등록 여부 파악이 가능한 셈이다.
태어난 지 12시간 내 맞아야 하는 B형간염 1차 예방접종의 경우 신생아에게는 생년월일과 성별로만 이뤄진 7개의 번호가 부여된다. 같은 날 태어난 같은 성별의 아기들의 임시번호가 동일하기 때문에 시스템상 친모의 주민등록번호를 함께 입력해 이후 해당 아기를 특정하는 방식이다. 출생신고가 이뤄지면 아기의 주민등록번호로 대체된다.
3개월이 지나도 임시번호로 남은 아기들에 대해서는 보건소가 ‘연락 불가’ ‘관리번호발급거부’ ‘시설아동’ ‘해외 출국’ ‘사망’ ‘입양’ ‘미군 자녀’ 등의 항목 사유를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사유를 입력한 뒤에도 강제로 추적할 수 없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서 해당 사유를 확인하게 되는데, 연락 두절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반면 B형간염 감염 산모가 출산한 경우에는 ‘대상자 추적 관리’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지침에 언급돼 있었다. 같은 지침 내 ‘B형간염 주산기감염(모체 감염) 예방사업’에서는 “신생아 번호가 3개월 이상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보완이 안 될 경우 대상자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B형간염에 감염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확실하게 B형간염 환자가 되기 때문에 예방접종뿐 아니라 다른 면역사업도 별도로 묶어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령’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산모의 출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