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자회사들의 재무 성과가 나빠진 이유로 ‘정산조정계수’가 꼽힌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 발전으로 얻게 될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를 들어 정산조정계수가 0.5라면, 한전이 해당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력을 살 때 원래 100원을 내야 하지만 50원만 내는 식이다. 지난해 발전 자회사들이 한전으로부터 부여받은 정산조정계수는 평균적으로 0.3 수준이었다. 한국남부발전이 0.298로 가장 낮았고, 한국중부발전이 0.447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발전사들의 재무 실적을 보면 정산조정계수 적용 전 당기순이익은 총 6조1574억원이었지만, 정산조정계수 조정 후에는 545억원으로 감소했다. 한전이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발전사들의 이익을 회수한 셈이다. 남부발전과 중부발전은 정산조정계수 적용 후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2021년에도 발전사들은 정산조정계수 적용으로 1조82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발전사들은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정산조정계수로 상쇄되기 때문에 경영 개선 활동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25일 “발전사가 연료를 싸게 구입하면 정산조정계수로 그 이익을 한전이 모두 회수하기 때문에 발전사가 경영 개선 활동을 할 유인이 없다”며 “발전 공기업의 임무는 값싸고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연료를 저렴하게 들여와 수익이 커지면 그만큼 정산조정계수도 많이 잡히게 되니 굳이 발전 원가를 낮출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경영평과 결과를 보면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서부발전을 제외하고 모두 등급이 내려갔다. 남부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은 2단계 하락했고, 남동발전은 1단계 떨어졌다. 동서발전은 탁월(S)에서 양호(B)로, 남부발전과 중부발전은 우수(A)에서 보통(C)으로 평가가 나빠졌다. 성과급은 보통(C) 이상이면 지급되지만, 발전 공기업들은 한전 재무구조 악화와 관련성이 높다는 이유로 임원 성과급 50%, 1~2급 직원은 25% 삭감됐다.
발전 자회사들은 재무개선 성과를 경영 평가 때 일정 부분 혜택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 정산조정계수 기준 개편 등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실무적인 수준에서 한전 자회사들의 요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