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논란에도 B등급… 마사회의 ‘B밀’

입력 2023-06-26 04:03
연합뉴스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에서 매년 D·E 등급을 전전하던 한국마사회가 기관장의 ‘알박기’ 논란에도 올해 예상외의 호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경마 재개로 재무 성적표는 개선됐지만 이외 분야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재무 비중을 늘리고 사회적 책임 부문 비중을 줄인 새 정부의 바뀐 경평 기조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마사회는 최근 발표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양호)등급을 받아 1년 전에 비해 등급이 두 계단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경영평가 배점을 조정하면서 재무 부문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배 늘렸다.

이로 인해 경마 매출 회복으로 호전된 마사회 경영 실적이 전보다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 직전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8000억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마사회는 지난해 11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여기에 YTN 지분 등의 보유 자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임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영 지표가 굉장히 잘 나왔고, 마사회 나름의 경영 혁신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마사회 내부도 예상보다 높은 점수에 놀라는 분위기다. 현직 정기환 회장은 정권 교체 한 달 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한 대표적인 알박기 기관장 중 하나다. 본래 이번 경평에서는 전 정권 출신 기관장들이 줄줄이 D등급 이하를 받고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기존에도 매년 D·E등급을 전전했던 마사회가 예상치 못한 B등급을 받으며 성과급까지 지켜낸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생각보다 평가가 좋다 보니 직원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마사회가 윤리경영 등 사회적 책임 분야의 배점이 줄며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개정으로 윤리경영 분야 배점은 5점에서 2.5점까지 반토막이 났다. 사회적 책임 부문 배점도 25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들었다. 직전 2년간 ‘황제 승마’ 등 논란에 휩싸이며 윤리경영 분야에서 각각 E·D등급을 받는 데 그쳤던 마사회로서는 반가운 변화다.

지난해에도 마사회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6월 제주경마장에서는 출전 경주마가 뒤바뀌는 황당한 실수가 발생했다. 이 실수로 마사회는 고객들에게 3억원을 환불해야 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 96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감에서는 마사회가 5억원에 달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한 사실과 65평에 이르는 ‘황제 집무실’도 도마에 올랐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