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은 반란… 푸틴 권력 장악력 의문

입력 2023-06-26 04:09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한 시민이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병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3일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뒤 무장반란을 일으켜 수도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다가 하루 만에 철수했다. 국가 내부 분열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번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년 통치 기간 중 최대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3~24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긴장시킨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의 러시아 정부를 향한 무장반란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일단락됐다.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용병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던 바그너그룹은 ‘점령’했던 러시아 남부 도시에서 철수했다.

프리고진의 텔레그램과 푸틴 대통령의 TV연설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된 무장반란은 23일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바그너그룹은 ‘행동’을 개시했다. 24일 오전 러시아 남부 주요 군사 거점인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장악한 뒤 파블롭스크, 보로네시를 차례로 통과해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했다.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가혹한 대응’을 예고하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양측은 곧 모스크바에서 정면충돌할 것처럼 보였지만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200㎞ 내까지 진격했다”고 밝히기 직전 극적인 협상을 통해 파국을 피했다.

무장반란은 실패했지만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란은 푸틴의 권력 장악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러시아 정부와 군대 내부의 긴장을 보여줬다”며 “푸틴의 23년 통치에서 가장 심각한 실존적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이 점령한 도시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모습도 푸틴의 ‘위기’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CNN 등이 공개한 영상에는 프리고진의 차량이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날 당시 군중이 이를 둘러싸고 환호하고 있으며 한 시민이 다가가 프리고진과 악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반란은 최근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세계는 러시아의 보스가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푸틴과 러시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그들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