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들의 사망·유기 사건이 충격파를 던진 이후 여야는 대책을 담은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감사원이 파악한 ‘사라진 영유아’ 수는 최소 2236명이다.
여야의 핵심 처방은 출생통보제(출생 시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생사실 통보를 의무화하는 제도)와 보호출산제(임신부의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제도)의 동시 도입이다. 다만 두 제도의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은 점은 부담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출생 미신고’ 영유아를 보호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들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법적으로 시급한 부분부터 처리할 계획”이라며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이나 문제점 등은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두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 이전에 여야 의원들이 출생통보제와 관련해 발의한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쌓여 있다. 보호출산제 관련해서도 법안들이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을 모두 발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출생통보제만 시행할 경우 출산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임신부들이 ‘병원 밖 출산’을 택해 오히려 영유아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익명 출산을 보장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뒤늦게 ‘입법 속도전’에 돌입했으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출생통보제의 경우 의료기관의 책임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의료계 반발을 사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익명에 기대 양육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아동의 ‘부모를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상적인 양육환경을 당장 만들 수 없다면 차선책을 논의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며 “완벽한 제도가 없다고 현재의 지옥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아동보호 체계 개선 대책 관련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하고 출생신고 관련 입법 상황과 이에 따른 부작용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박민지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