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내년도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둔 기획재정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 결과가 발표 전날 새어 나오는 등 정부발 자료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사이 기재부에서 일어난 유출만 3건에 달한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 감사관실은 지난 16일 경평 결과 발표를 앞두고 발생한 문건 유출에 대해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발표 전날 오후부터 이번 평가 내용을 담은 문서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단체 채팅방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공연하게 떠돌았기 때문이다. 최상대 기재부 차관은 경평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출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향후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문건 사전 유출은 고질병이다. 지난해 6월에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를 이틀 앞두고 개인 블로그에 게시됐다. 한 달 뒤 등장한 세제개편안도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등의 주요 내용이 발표 이틀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대로 업로드됐다. 새 정부의 경방·세제개편안·경평 등 이목을 모은 첫 발표마다 보안이 유지되지 않았던 셈이다.
사전 유출이 이번 정부 일만은 아니다. 문재인정부 때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대책이 번번이 새나갔다. 2020년 6·17 부동산 대책은 발표 한 시간 전부터 28페이지에 이르는 문건이 통째로 공개됐다. 이듬해 발표된 2·4 부동산 공급 대책도 엠바고 해제를 30여분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문이 고스란히 게재됐다. 2020년 세법개정안 역시 발표 전날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됐다. 이때는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요청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결국 내부 관계자의 실토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재부는 발표 수일 전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고 사전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유출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언론 등) 외부자를 통해 자료가 새면 내부 조사를 통해 범인을 잡아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유출은 범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발표 당일 취재진에게 자료를 배포한 이번 경평은 사전 브리핑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기재부의 추측과 유출 경로가 달랐다는 뜻이다.
반복되는 사전 유출에도 뾰족한 방지책은 없는 실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전 배포 시 자료에 언론사별로 워터마크를 찍는 기존 방안 외에도 관련 대책을 강구해보고 있다”면서도 “지금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유출을) 막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