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전후로 북한의 인민군과 빨치산 같은 적대세력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기독교인 등 종교인이 최소 1276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의뢰로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희생자’를 조사해 온 박명수 서울신학대 명예교수가 지난해부터 두 차례에 걸쳐 충남과 전남·북도 지역에서 인민군에 의해 집단 학살된 종교인을 집계한 결과다. 이 가운데 기독교인은 1157명으로 90.7%를 차지한다.
박 교수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산주의자들은 특히 기독교인을 대한민국 건국에 크게 이바지한 세력으로 간주하고 적대시하고 탄압했다. 그러나 소위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자들은 그동안 연구도 많이 되고 보상도 받은 반면 공산주의자들로부터 희생당한 이들은 발굴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인민군 등으로부터 희생당한 종교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길이 열릴 전망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전쟁 전후 기독교 등 종교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26일 공식 발의되는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독교 등 종교인 희생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를 설치해 조사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적대세력으로부터 희생된 종교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종교인이 6·25전쟁으로 희생당했지만 그중에서도 기독교인이 가장 많은 희생을 당했다”며 “이번 법안의 초점을 기독교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앞선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군경에 의한 특정 희생 사건 진상규명법 등이 다수 제정됐다. 하지만 북한 인민군과 같은 적대세력과 관련된 개별 사건의 경우 진상조사는 물론 관련 법률조차 제정한 적이 없다는 것이 조 의원 측 설명이다.
조 의원은 “국가 차원의 과거사 정리 작업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하는데 적대세력에 의한 종교인 양민학살에 대한 공적인 조사와 진상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불공정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해 균형 잡힌 과거사가 정리되고 진정한 국민화합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중요한 과제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진실과화해위 1기 조사에 따르면 5600여명이 군경에 의한 피해를 입었고 4600여명이 인민군에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인민군 피해자는 관련 법안이 없는 데다 보상은 침략 세력에 받으라는 법원의 판례로 지난 70여년간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인민군에 당했던 피해를 우리나라 군경에 의해 입은 피해라고 거짓 신고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북한에 청구하는 식으로 보상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용미 김동규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