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6.5兆 사업 계약… ‘중동 신화’ 새로 썼다

입력 2023-06-26 04:05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압둘카림 알 감디 아람코 부사장, 프랑수아 굿 토탈에너지 부사장(아랫줄 오른쪽부터) 등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하고 있다. 윗줄 가운데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현대건설 제공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건설업 사상 최대인 6조5000억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을 따냈다. 고 정주영 회장 시절인 1970년대 사우디 건설시장에 진출한 뒤 약 50년간 벌어들인 외화의 5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중동 신화’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에서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와 50억 달러 규모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유전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주베일에 기존 사토프 정유공장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사토프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합작법인이다.


현대건설은 설계·구매·건설 등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패키지1은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t 생산하는 설비다. 패키지 4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 기반설비와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 건설공사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설계·조달·시공(EPC)의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우수한 품질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자 마케팅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현대건설은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올해 6월까지 현지에서 170여 건, 약 232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이번 수주액은 사우디에서 반세기 동안 벌어들인 달러의 22%를 차지한다.


사우디에서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계약 총액은 9억6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했다. 이후 지금까지 50여개 송·변전 공사를 비롯해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내무성 청사 등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맡아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지금도 다수 송·변전 공사와 지상 최대 사업으로 평가되는 ‘네옴시티’ 건설에 참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수주에 대해 “양국 경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번영하는 확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사우디 양국 신뢰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도록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 돼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서명식에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등 양사 및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 및 발주처의 신뢰를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 중”이라며 “아미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사우디 지역에서 한국 건설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강창욱 문동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