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침공” vs “창작 영역”… 마블 신작이 불지른 ‘AI 논쟁’

입력 2023-06-26 04:04
마블의 신작 콘텐츠 시크릿 인베이전 오프닝 영상 모습. 생성형 AI를 활용해 등장인물을 표현했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콘텐츠 제작에 AI를 활용해도 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마블스튜디오 화면 캡처

마블의 신작 콘텐츠 ‘시크릿 인베이전’이 콘텐츠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제작한 오프닝 영상이 삽입되면서 창작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창작자 사이에서는 AI로 인한 ‘예술가의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적재적소에 쓰인 AI’는 훌륭한 보조 도구라고 반박하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시크릿 인베이전 오프닝 영상은 생성형 AI가 제작했다. 감독인 알리 셀림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폴리곤과의 인터뷰에서 메소드스튜디오의 AI가 오프닝 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오프닝 영상에는 시크릿 인베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초록 색감의 수채화처럼 표현됐다. 또 기이하게 변형되는 인물과 배경 모습도 담겼다. 셀림 감독은 시크릿 인베이전에 등장하는 주요 소재인 외계 종족 ‘스크럴’에 착안해 오프닝 영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스크럴은 형태를 자유롭게 변화하는 외계 종족이다. 그는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스크럴의 정체성과 AI는 잘 어울린다. 인간을 모방하지만 완전히 인간 같지는 않고 다소 불길한 느낌을 주는 AI가 스크럴과 닮았다”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마블이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낸다. 콘텐츠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예술 영역을 AI가 ‘침공’한 것과 같다”고까지 표현한다. 지난달 2일 할리우드 작가 1만1500명으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이 전면 파업에 들어간 상황과 맞물리면서, AI가 콘텐츠 제작자들의 일감을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감까지 커지는 중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도 본다. 시크릿 인베이전의 경우 콘텐츠 핵심 등장인물이 변신이 가능한 외계 종족인 만큼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어 AI 활용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 역시 인간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예술 창작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서도 예술이나 콘텐츠 제작에 생성형 AI를 사용해도 되는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 중심지는 웹툰 콘텐츠 업계다. 웹툰을 그릴 때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 AI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웹툰에 넣어도 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우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웹툰 공모전에 AI 사용을 금지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시크릿 인베이전을 계기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AI 활용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