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00억원 들인 4세대 나이스의 어이없는 오류

입력 2023-06-26 04:03
나이스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가 개통 첫날인 지난 21일부터 오류를 일으켰다. 로그인이 안 되는 접속 오류가 발생했고 학생 성적 관련 기록이 종전 시스템에서 제대로 이전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일부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 시험 답안지가 출력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선 학교는 급하게 기말고사 문항과 순서를 바꾸는 등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교사들은 주말에 나와 시험 문제를 고치고 이미 인쇄한 문제지를 변경했다. 2824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3년간 개발한 시스템이라고 믿기 어려운 오류다.

초등학교 교사 19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2%가 ‘4세대 나이스가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3세대 나이스와 특별하게 달라진 게 없고, 이용 방식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나이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고 기말고사 기간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4세대 나이스’가 아니라 ‘4세 나이스’라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요즘 교육부 일 처리가 왜 이런지 궁금할 지경이다.

전산 시스템에 오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스는 학생들의 성적과 생활기록부 등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조그마한 오류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더욱 꼼꼼하게 관리했어야 한다. IT 업계에서는 4세대 나이스 사업 초기부터 대기업 참여 배제 등의 문제로 시스템 부실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교육부도 나이스 사업자 선정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풀어달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명확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4세대 나이스는 고교학점제 도입, 교육과정 개편 등 중요한 교육 현안들을 반영해야 한다. 시스템을 조속히 안정시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동시에 업체 선정, 시스템 개발과 적용, 예산 집행, 의견 수렴 등 전 과정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2011년 3세대 나이스가 도입됐을 당시에도 프로그램 오류로 2만9000여명의 학기말 성적을 수정하는 혼란이 일어났다. 12년이 지났고 사업 예산은 3배로 늘었는데,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교육행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