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병’ 인식 만성골수성백혈병, 이젠 만성질환으로

입력 2023-06-27 04:06

혈액암 치료에서 처음으로 혁신적 변화를 일으킨 암종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이다. 전체 성인 백혈병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2021년 기준 국내에서 7908명이 치료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5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60%를 넘는다.

과거엔 조혈모세포이식(골수 이식)이 이 병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으나 2001년 인류 최초의 표적 항암제 글리벡이 등장하면서 50%에 불과하던 생존율은 86%까지 올라갔다. ‘걸리면 죽는 병’이 만성질환화한 것이다.

1세대 표적 항암제인 글리벡은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표적으로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란 물질을 사용한 치료제인데, 유전자 결합 부위에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인한 이상 반응과 내성이 문제였다. 이후 이를 조금씩 보완한 2세대, 3세대 표적 항암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지난 20여년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성적을 극적으로 향상시켰다.

최근엔 추가적 보완을 거쳐 새로운 기전으로 우수한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갖추고 장기 복용이 가능한 4세대 표적 항암제까지 나왔다. 지난해 6월 국내 허가된 셈블릭스(성분명 애시미닙)는 기존 TKI 치료제 보다 높은 비율로 표적과 결합하며 표적 외 다른 곳에 붙을 우려가 적고 변이로 인한 저항 발생 가능성이 낮다. 투약 기간(23.7개월)도 기존 2세대 TKI(7개월) 보다 3.4배 길어 내약성 또한 우수했다. 기존 2가지 이상 TKI 치료제가 듣지 않을 시 사용 가능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약제 복용에도 치료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경·중증의 이상반응을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환자들의 심리적 위축은 물론 삶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빠른 치료제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혈액암 치료 권위자인 을지의대 혈액종양내과 김동욱 교수는 26일 “항암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와 이상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다행히 기존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 치료 효과는 높인 신약이 허가돼 급여화(7월 예정)를 앞두고 있다”며 “치료 효과와 이상반응 등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는 마지막 옵션으로 남겨두기 보다 사용 가능할 때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이 환자들의 치료 반응 유지와 이상반응 관리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