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은 역내 가장 시급한 안보 위협”이라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견인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양자 차원 모두에서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엉 주석은 “베트남은 한반도 정세를 관심 갖고 예의주시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오늘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하고 한·베트남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에 있어 핵심 협력국”이라고 강조했다.
트엉 주석 또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정신하에 우리는 향후 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큰 방향을 논의해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트엉 주석은 이날 오전 9시15분부터 95분간 주석궁에서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차례로 열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동맹 관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우호 관계를 뜻한다.
양국은 정부가 발행한 국제운전면허증을 입국 후 최대 1년간 인정해주는 내용의 상호 인정 협정, 해양경찰의 퇴역 함정을 베트남에 양도하고 마약 거래 등 국제범죄 정보 교류에 대해 협력하는 양해각서(MOU),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서 양국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MOU 등 17건의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수출입 기업의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원산지 증명서 전자교환시스템’(EODES) 개통에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 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협력을 더욱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2022년 기준 교역액 877억 달러로 한국의 3대 교역 대상국이 됐다. 한국은 누적 투자액 기준 810억 달러로 베트남 내 1위 투자국이다. 베트남 내 한국 국민은 17만명으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정부는 향후 7년간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한도를 기존 1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억 달러 규모의 경협증진자금 협력약정도 이번에 처음으로 체결해 2030년까지 총 40억 달러의 유상원조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3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정례화에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 외교장관 회담도 연례화해 전략적 소통을 심화하기로 했다”며 “양국 간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방산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이=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