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동의 없이 출산정보 추적… 병원 밖 출생아동 보호책 마련

입력 2023-06-23 04:03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아살해 등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산모 본인 동의 없이도 출산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산모 본인 동의 없이도 출산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고, 주민등록번호는 없는 2236명의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도 나서기로 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2일 ‘수원 영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아동이 태어난 이후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이 차관은 “그간 복지부는 임시 신생아 번호를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앞으로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령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법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복지부는 만 2세 이하 위기 아동을 발굴하기 위해 1년간 진료·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출생신고로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아동이 대상이다. 하지만 수원 사건의 경우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의료기관에서는 아이 출생 후 12시간 내 B형간염 예방접종을 해 질병관리청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된다. 감사원이 임시 신생아 번호와 출생 신고 여부를 대조해 영아 사망 사실을 발견했지만, 복지부는 왜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거듭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등록 아동 2236명에 대한 합동 전수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 차관은 “경찰청, 질병청,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를 통해 보호자에게 연락해 아동 상태를 확인하고, 아동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적극 조치에 나선다.

다만 출산 정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한 뒤 아기를 유기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도 추진한다. 이 차관은 “(병원 밖 출생 사례가) 연간 100~200건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보호출산제도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병원 밖 출생아동에 대한 관리대책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