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났다… 타이태닉 관광 잠수정 끝내 못 돌아오나

입력 2023-06-23 04:06
미국 해안경비대(USCG) 제이미 프레더릭(가운데) 대령이 21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해안경비대 기지에서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 수색 작업과 관련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캐나다 인근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의 구조 골든타임이 22일 오후 8시18분(한국시간)을 기해 지났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구조팀이 합동 수색을 벌였지만 끝내 잠수정을 찾아내지 못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잠수정 내 산소 고갈 시점이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18분쯤이라고 밝혔다. 이 잠수정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약 96시간 호흡 가능한 공기를 가지고 잠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해안경비대는 원격수중탐사장비(ROV) 2대와 선박 5개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했다. 자국민 탑승자가 있는 프랑스는 수심 400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수중 로봇을 장착한 선박을 파견했다. 하지만 잠수정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전날 구조대가 감지한 ‘쿵쿵’ 두드리는 소리의 발원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수색 대상 해역 면적은 전라남도의 두배에 이른다.

오션게이트 익스펜디션이 제공한 타이탄 잠수정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잠수정 내부는 의자 없이 구부러진 벽에 기대고 앉아야 하는 구조다. 서 있거나 움직일 공간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정에는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최고경영자 스톡턴 러시(61) 등 5명이 탑승해 있다. 러시는 2009년 이 회사를 설립했으며 2021년 타이태닉 관광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12월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잠수정을 타는 것이 특별히 위험하지 않지만 수면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이자 회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웬디 러시는 1912년 타이태닉 침몰로 사망한 일등석 탑승객 이시도르·아이다 스트라우스의 고손녀다.

영국 국적의 해미시 하딩(58)은 두바이에 본사를 둔 비행기 중개업체 ‘액션 에비에이션’의 회장이다. 그는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해 최대 수심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등 극한 체험을 즐겼다.

하딩과 함께 100년 전통의 탐험 단체 ‘익스플로러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는 폴 앙리 나졸레(77)는 프랑스 해군 잠수부 출신이다. ‘미스터 타이태닉’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난파선’ 탐구에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된 잠수정에 탑승하고 있던 해저 탐사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펜디션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스톡턴 러시, 폴 앙리 나졸레, 해미시 하딩, 아래는 아들 술레만과 아버지 샤자다 다우드. AFP·로이터·AP연합뉴스

파키스탄 출신 영국인 사업가 샤자다 다우드(48)는 그의 아들 술레만(19)과 함께 잠수정에 올랐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대형 비료 회사인 ‘엔그로 코퍼레이션(Engro Corporation)’의 부회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탑승자들은 관광에 앞서 ‘사망 시에도 운영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타이탄에 탑승했던 애니메이션 ‘심프슨 가족’ 제작자인 마이크 리스는 “면책 서류 첫 장에만 ‘사망’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매번 일시적으로라도 지상과 통신이 끊겼다”며 잠수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