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2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중국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이 부진했던 탓이다. 반면 지난해 한국산 승용차를 많이 사들인 미국을 상대로는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2021년(+852억3000만 달러) 대비 흑자 폭은 반토막 이하로 급갑했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 수출입뿐 아니라 자본, 노동 거래로 얻은 돈 등을 합산해 내는 수치다.
대(對)중국 경상수지는 2021년 234억1000만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7억8000만 달러 적자로 고꾸라졌다. 대중국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01년(-7억60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기계·정밀기기와 석유 제품을 중심으로 상품 수출이 133억4000만 달러 감소했는데 상품 수입은 화학공업 제품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상품수지에서 100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 수입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운송비 탓에 서비스수지 역시 34억7000만 달러 감소하며 5억9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영향”이라며 “앞으로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 등 생산이 증가하면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미국 경상수지의 경우 흑자 폭은 1년 새 455억4000만 달러에서 677억9000만 달러로 222억5000만 달러 급증했다. 지역별 경상수지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승용차를 중심으로 상품수지가 563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20억2000만 달러 적자로, 2005년(-33억 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본원소득수지(+137억9000만 달러)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대일본 경상수지는 177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222억 달러)보다는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럽연합(EU)과는 70억4000만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2012년(+15억1000만 달러) 이후 10년 만의 흑자 기록이다. 대동남아 경상수지 흑자 폭은 1023억6000만 달러에서 802억3000만 달러로 20% 이상 감소했다. 중동과는 479억8000만 달러 적자에서 880억5000만 달러 적자로 경상수지가 악화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