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부당 수령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22일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021년 11월과 지난해 1월에 이어 17개월 만의 재소환이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2014~2015년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와 대출 등에 협조하는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약속받았고 일부를 지급받은 혐의다. 대장동 일당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가운데 한 명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을 1년5개월가량 맡아 급여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았고 딸이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거나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리는 등 의심이 가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사법처리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늦어도 너무 늦었다. 50억 클럽 명단이 공개된 게 2021년 10월이고 거액이 오간 정황이 일부 드러났는데도 검찰의 관련 수사는 이상하리만치 꿈 뜨고 무뎠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구속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부실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박 전 특검도 두 번째 소환조사 후 1년 넘게 손을 놓다시피 하다가 야당이 특검법 발의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3월 비로소 뒷북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건 초기에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기 마련인데 검찰의 행보는 이런 수사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다른 50억 클럽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러니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50억 클럽 로비 의혹은 대장동 사건 수사에서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검찰의 명예, 신뢰가 걸려 있다. 검찰은 이제라도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박 전 특검에 대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는 게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