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타율 4할… 무럭무럭 크는 ‘노거포’

입력 2023-06-23 04:06

한화 이글스 노시환(사진)의 방망이가 뜨겁다. 화끈한 몰아치기를 바탕으로 공격 전 부문 리그 상위권 기염을 토하고 있다. 유망주라는 알을 깨고 자타공인 리그 간판급 타자로 도약한 모습이다.

노시환은 지난 20~21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 첫 두 경기에서 시즌 12·13호 홈런을 신고했다. 첫 경기에서 9회 박준표 상대로 때려낸 추격의 솔로포는 한가운데 밋밋한 실투성 커브를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더 인상적인 건 전날 8회 홈런이었다. 옆구리 투수 윤중현이 몸쪽 깊고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은 빠른 공을 간단히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소위 ‘먹힌’ 타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코스였지만 완벽한 타이밍에서 받쳐 놓고 힘을 실었다. 지난 주말 키움 히어로즈전까지 포함하면 최근 5경기에서 3개째 대포를 때린 그는 이 부문 리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LG 트윈스 박동원을 1개, SSG 랜더스 최정을 2개 차로 추격했다.

지난해 기록한 6홈런은 진작에 뛰어넘었다. 생애 첫 20홈런은 물론, 피치를 끌어 올린다면 30홈런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성적이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정한 준비 자세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타이밍 잡는 방식을 바꾸면서 타격 지점을 앞으로 끌고 나왔고, 그 결과 타구 비거리·탄도 면에서 장타 생산이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장타만 늘어난 게 아니다. 으레 인위적으로 공을 멀리 치려다 보면 포기하는 게 있기 마련인데 올 시즌 노시환은 공격 전반에서 ‘1보 후퇴 없는 2보 전진’을 실현하고 있다. 0.322의 타율(6위)을 시작으로 타점(6위) 출루율(5위) 장타율(3위) 등 지표가 모두 리그 정상급이다.

한 번 기세를 탔을 때 가장 무서운 타자도 그다. 올 시즌 멀티 히트가 28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3안타 이상 기록한 경기도 9차례나 있었다. 이달 타율은 0.416나 된다. 지난달 기록적인 43타석 연속 무안타 슬럼프로 신음했는데도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자리한 비결이다.

시선은 자연히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노시환은 지난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최종 명단 24명에 들었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 합류다. 앞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엔 예비명단에만 이름을 올렸고 최종 승선은 불발됐다.

이번 발탁은 노시환이 국가대표 3루수 계보를 이을 적임자라는 공인 마크다. 동시에 현실적으론 병역 문제까지 해결할 기회기도 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