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20·끝) 두 번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공연 도중 머릿속 백지장

입력 2023-06-26 03:04
그룹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씨가 한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신앙적인 삶을 살겠다고 고백했다.

여행스케치의 리더로, 작품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로, 프로듀서로 명예가 쌓이고 경제적 여건도 좋아지고 인맥도 쌓이다 보니 조금씩 주님과 멀어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안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 정도는, 요만큼은, 괜찮겠지’라며 스스로 세뇌하듯 속였다. 또 ‘만약 죄가 된다면 회개함으로 몽땅 지우고 다시금 리셋하면 되니깐’이라며 어이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첫 사고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드디어 올 게 왔구나’라는 선명한 획이 바로 그려졌고 참을성의 한계에 다다르신 하나님께서 직접 내리치셨음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됐다.

음악 작업 후 새벽 시간에 귀가하던 중 경부고속도로에서 첫 번째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결과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안면 수술까지 해야만 했다. 뇌파가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회복에 걸린 시간 만 5년이었다.

그리고 3년 후엔 업무로 이동 중 경기도 수원에서 두 번째 교통사고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목덜미에 영구적인 철심을 4개나 박아넣었다.

이후 머리에 가해진 심한 충격 여파로 공연 시간에 가사와 코드가 기억나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는 어리바리한 가수가 됐다. 레퍼토리 대부분을 직접 만들었고 이미 수천 번쯤 불렀기에 자신 있게 가창과 연주를 하려는데, 갑자기 하얗게 채색되는 눈앞과 텅 빈 머릿속 현실은 정말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역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직원들은 모두 떠나갔고, 폐업하는 과정에서 나 홀로 15억원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압류와 파산 등으로 점철된 역경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이처럼 끝없는 역경의 과정에서 나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회심’이었다. 회심하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전심으로 주님 앞에 회개하고 성경을 완독하고 참된 소망을 기도로 간구했다.

오랜 시간 누워있던 병실 침상 위에 뿌려진 눈물의 읊조림은 ‘회개의 멜로디’와 ‘간증의 가사’가 됐다. 여담으로 오랜 시간을 병석에 누워 있었기에, ‘병석’이라는 본명을 ‘루카’라는 예명으로 바꾸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역경의 원인 제공자는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돌아와 그분만 바라보고 의지하며 흔들림 없는 믿음을 소망했더니 다시금 역경에서 벗어나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부어주셨다.

함량 미달의 가객 조병석은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주님만을 믿으며, 그분께서 내려주시는 귀한 은혜를 더 따뜻한 멜로디와 하모니로 찬양하고 연주할 것이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