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이라면 수없이 들었을 정도로 익숙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미건조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숫자로 봤을 때 한 마리 양보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챙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실용적 아닌가요? 그런데 예수님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떠나는 목자의 심정을 말씀하십니다. 그게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하십니다. 요즘 말로 하면 호구 목자입니다.
저는 전국을 다니며 학교에서 기도하는 아이들을 찾아가는 스쿨처치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누가 볼 때 저의 삶은 ‘호구 인생’일지 모르겠습니다. ‘귀한 일 한다’ ‘참 도전이 된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할 거야’ ‘그거 한다고 돈이 되니 밥이 되니’ ‘그거 다 한때다’ 등 부정적인 말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기도하는 한 학교 한 학생만 있어도 만나러 가겠다고 기도했을 뿐인데 벌써 10년 넘게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낭비되는 삶일지 모릅니다.
얼마 전 캠퍼스 기도 모임이 있다고 해서 왕복 6시간이 넘게 걸려서 만나러 갔는데 한 명이 앉아 있더라고요. ‘혼자라 죄송하다’는 청년에게 “너 한 명이라도 버텨줘서 소망이 있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
나그네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이 말씀을 기억하며 오늘도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분명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주님이 기뻐하실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참 감사한 것은 저보다 더 호구 같은 삶을 살아가는 믿음의 동역자들을 주변에 두셨기 때문입니다. 소안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전남 완도에서 배를 타고 한참 들어가야 도착하는 먼 곳입니다. 40대 초반의 젊은 목회자 부부가 평균 연령 70대인 성도 6명과 몇 명의 청소년들을 섬기러 그곳에 들어갔습니다. 이분들의 전임 목회자 부부도 참 귀한 분들이었습니다. 15년 넘게 그 섬에서 목회했는데 자신들은 환갑이 넘어서 이제 젊은 사역자가 와서 섬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후임자를 청빙한 것입니다.
이곳의 목사 사택은 100년 넘은 흙집이었습니다. 전임자 부부도 이곳에 살기는 어렵겠다 싶어 교회 한 귀퉁이를 숙소 삼아 살아왔습니다. 노부부는 새로 올 젊은 목회자 부부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멸치액젓을 팔고 이것저것 팔아서 그 100년 된 흙집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새로운 목회자가 올 때까지 깨끗한 집에서 살다가 나가도 되는데 조금만 살아도 헌 집 된다며 자신들은 교회 귀퉁이 작은 공간에서 끝까지 머무르다가 새집을 넘겨주고 나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한국교회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한 영혼을 품고 섬기는 믿음의 선배 목회자들이 있기에 소망을 발견합니다. 평생을 애써도 누가 알아주지 않는,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일에 바보처럼 헌신하는 분들 말입니다. 세상이 보기에 호구로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일까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숫자와 상관없이 한 영혼을 위해서 기꺼이 효율성, 실용성, 나의 유익을 떠나서 내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삶 아닐까요. 그 사랑으로 품고 인내하고 버티며 한 사람을 살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숫자에 마음이 쏠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숫자에, 군중에 감동받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누가 볼 때 호구 인생 같아도 믿음으로 주님 따라 한 영혼을 생각하고 몸부림치며 오늘을 살아가는 믿음의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은 여전히 역사하십니다.
나도움 목사(스탠드그라운드 대표)
◇나도움 목사는 청년과 청소년들을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역 단체 스탠드그라운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학교에 교회를 세워가는 사람’ ‘거리 시간 상관없이 불러주면 가는 사람’이라는 사역 모토를 바탕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 캠퍼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