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스팀교육’

입력 2023-06-24 04:02

최근 인공지능(AI) 챗GPT의 등장으로 스팀(STEM) 교육의 필요성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4차 산업 시대를 대비하는 교육플랫폼인 스팀이란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 분야를 융합한 통합 교육을 뜻한다. 그런데 기독교적 스팀 교육이란 무엇일까. 먼저 영성(S), 기술(T), 교육(E), 선교(M)라는 큰 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세계 최초의 근대적 일간신문은 1660년 독일에서 창간된 ‘라이프치거 자이퉁(Leipziger Zeitung)’이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1929년 세계 최초로 기계식 텔레비전을 이용한 방송을 시작했다. 인터넷의 기원은 1969년 미국 국방성의 지원으로 미국의 4개 대학을 연결하기 위해 구축한 알파넷(ARPANET)이다. 40년 만에 TV에서 인터넷 세상으로 바뀌었다. 20여년 뒤인 1992년에는 스마트폰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 세상의 변화였다. AI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50년부터다. AI 개발은 2015년 이후로 획기적 발전을 거듭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챗GPT는 불과 7년 만인 2022년 11월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픈AI에 의해 출시됐다. AI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교계 안팎의 미래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AI 시대에선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할 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없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을 익히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교육이다. 산업화 시대 생존 문제를 해결한 방법도 교육이었다. 4차 산업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스팀교육의 마지막은 사명(선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신 후 그것을 ‘다스리라’고 하나님께서 명하셨는데 AI 역시 인간이 다스려야 할 대상이다. 세상보다 앞서가던 기독교는 언제부턴가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는 신세가 됐다.

한국교회는 지금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인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독교적 스팀교육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 대안으로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거꾸로 교실은 성경적 멘토링, 일상생활과 영성, 온라인 제자훈련, 기독교 세계관 등에 대해 다룬다. 두 번째는 칸 아카데미 기반의 온라인교실이다. 이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뤄지며, 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이용자와 사전 학습이 필요한 이용자들을 위한 과정이다. 세 번째는 리더십 교육이다. 하브루타, 서번트 리더십, 미래의 직업과 교육, 인성 중심 교육, 미래 교육 설계, 기독교 고전독서 운동을 도입하면 좋겠다. 마지막은 슬로 리딩 기반의 방과후 교육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교실, 나만의 책 쓰기, 어린이 TED(내가 대통령이라면), 나만의 재능 찾기, 나만의 버킷리스트, 미디어 중독에서 벗어나기, 컴퓨터적 사고법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면 된다.

변화의 속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짧아진다. 신문과 TV, 인터넷, AI의 광폭 행보가 방증하고 있다. 기술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2035년도 코앞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배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지금 한국교회의 교육은 어떤가. 향후 15년 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역사 속의 유물로 매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과거 한국교회는 진화론, 이단, 안티기독교, 동성애자들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앙인의 삶이 AI에 의해 조금씩 위협을 받고 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소설, 영상, 그림 등)을 이제 AI가 하고 있다.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인간은 AI에 의지하려고 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쉽고 편하고 원하는 것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맡기는 순간, 인간은 더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늘 생각하고 기도하며 사랑하는 영적 존재가 돼야 한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