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도시’ 속 예수] C S 루이스에게 배우는 정감적 전도

입력 2023-06-24 03:09
초교파적 복음운동단체 ‘복음과도시(TGC·The Gospel Coalition)’가 웹 서비스하는 30만개의 강의, 설교, 대담, 에세이 중 지금 시대에 필요한 글을 선정, 매달 소개합니다.

기독교 신앙의 매력을 제시하는 C S 루이스의 방식은 지성적 변증과 더불어 정감적 접근이라는 두 바퀴로 이루어졌다. 언스플래시

세상을 떠난 지 60년이나 되었지만, C S 루이스는 여전히 신앙의 지성적 변증과 관련해서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의 책들은 구도자에게만 아니라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기꺼이 권할 수 있는 진귀한 가치를 지닌다.

루이스는 전형적인 지성적, 논증적 전도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설득력 있고 예리한 논리로 기독교 신앙의 타당성을 드러냈다. 그의 논증 방법(도덕률, 소망 충족, 삼자 택일 등)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제시를 위한 길을 예비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루이스의 책을 읽고 기독교 신앙으로 나아오게 됐다. 그는 사람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예비적 복음 사역’이라고 일컬었다.

그렇다면 루이스의 전도 영향력은 그의 지성적 논증에만 의지할까. 그가 회심 후에 겪은 인생관과 인간관계의 변화는 그의 신선한 변증 논리보다 더 의미심장하다. 믿음과 기도의 삶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던 삶에서 벗어나 성경을 진지하게 읽으며 자신의 ‘참된 인격’과 화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그래서 루이스의 회심 이후는 겸손과 용서의 삶이라고 평가된다. 회심 이후 그가 경험한 유의미한 관계나 새로운 행복은 그의 전인적 복음 사역을 위한 토대가 된다.

실제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변화가 담긴 루이스의 예비적 복음 사역을 나는 정감(affection)이라는 용어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 단어는 조너선 에드워즈도 사용했는데, 그는 이를 시편 기자가 고백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사모하는 것”(시 27:4)에서 빌려왔다. 그리스도의 아름다움과 탁월함의 발견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성숙과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다.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적, 관념적 활동의 산물이 아니다. 인간이 마음으로 느끼는 변덕스러운 감정적 충동도 아니다. 따라서 정감은 감정(emotion)과는 구분된다. 정감이란 마음 깊은 곳에서 애정으로 느끼고 사랑으로 끌어안으려는 성향이다. 정감은 인간의 생각뿐 아니라 가슴과 몸에 감동을 준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전인적으로 사랑하고 깨닫고 행동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스의 기독교 변증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갈망을 충족해주는 방향성을 지녔으며, 이를 논리와 설명뿐 아니라 이미지, 상징, 내러티브, 그림 언어로 전달한다. 진리와 행복을 찾아가는 그의 치열한 경험은 이와 같은 복음 변증의 추진력이 됐다. 루이스의 정감적 호소는 그의 회심 경험과도 연관성이 있다.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그는 사이드카를 타고 런던 북쪽 윕스네이드 동물원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를 인격적 구주로 영접했다고 한다. 기독교적 구원 서사가 가장 잘 나타나는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도 그의 정감적 묘사는 줄곧 등장한다.

루이스의 복음 사역이 상상과 내러티브를 동원한 정감적인 것이었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고 설명해서 설득하려고 하기보다는 기독교 신앙의 미적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전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명제화된 복음 제시만이 아니라, 숲속에서 창조주의 숨결을 느끼고, 음악과 미술에서(CCM이나 성화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재능을 음미하고, 영화나 문학에서 삶의 통찰을 나누고, 대화와 즐거움의 식탁에서 용납과 환대의 복음을 더 깊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