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아름다운 경쟁 ‘인비테이셔널’처럼… ‘한·일전 부활’ 기대감

입력 2023-06-22 21:35
지난 14일 일본 치바현 치바 이스미CC에서 KPGA 코리안투어와 JGTO 일본투어 공동주관으로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포토콜 행사에 참석한 한·일 선수들이 골프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

“마치 한·일전 같았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었다.” “이기고 싶었는데 패해 되게 억울하다.”

지난 18일 일본 치바현 치바 이스미CC에서 막을 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양지호(33)와 준우승자 나카지마 케이타(23)의 소감이다. 이 대회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양지호의 우승은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친 선수가 일본의 ‘신성’ 나카지마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두 선수의 타수 차이는 1타 차 박빙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총 76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 중 컷을 통과한 선수는 3분의 1인 25명 밖에 되지 않았다. 출전 선수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힘든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선수들은 한·일 골프 발전을 위해 양 협회의 골프 교류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리는 이번 대회와 같은 방식 보다는 양국 대표 선수들이 붙는 국가대항전으로 치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남자골프 한·일 대항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차례나 있었다. 첫 대회는 2004년 강원도 평창 용평 버치힐GC에서 열린 용평버치힐컵 한·일 남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이었다. 하지만 한·일 대항전은 이후 6년간 중단됐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서였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밀리언야드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재개됐다. 하지만 이 대회도 스폰서 문제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골프 한·일 대항전이 한국 남자 골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2012년에 열린 남자골프 한·일 대항전 밀리언야드컵에서 우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모습. KPGA 제공

열악한 골프 환경 속에서도 한국팀은 역대 전적 3승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당연히 골프팬들의 관심은 높았고 주니어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됐다. 특히 한·일 대항전 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대회 부활 바람은 더욱 크다. 2011~2012년 밀리언야드컵에 출전했던

박상현(40·동아제약)은 “‘연 날리기’만 해도 ‘한·일전’이면 재밌다”며 “부활되면 재미를 넘어 양 투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밀리언야드컵에 출전해 한국팀 우승을 경험한 조민규(35·우리금융그룹)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동아시아에서도 한국팀과 일본팀이 겨루는 무대가 생겨 꾸준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의 생각도 같다. 현재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1위인 이재경(24·CJ)은 “양국 선수들간 선의의 경쟁 뿐만 아니라 우정과 친선을 쌓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번 대회 현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밀리언야드컵 당시 일본팀 단장을 맡았던 아오키 이사오(81) 현 JGTO투어 회장이다. 시상식장에는 KPGA 구자철 회장도 참석했다.

양 협회 수장은 향후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하기로 의견을 나누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중단된 한·일 대항전 부활에 씨앗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