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일본 5대 종합상사를 ‘앞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으로 칭하며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이들 일본 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50% 이상 급등했다. 반면 국내 종합상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1970~80년대만 해도 한국의 종합상사는 수출대행업을 먹거리로 삼으며 수출 강국의 주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체 직수출이 늘면서 침체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한국의 종합상사도 수익 다각화와 투명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도쿄거래소에 따르면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이물산·미쓰비시상사·마루베니·이토추상사·스미토모상사) 주가는 최근 급등세다. 미쓰이물산, 미쓰비시상사는 최근 한 달간 주가상승률이 각각 30.00%, 28.31%를 기록했다. 마루베니(27.15%), 이토추상사(17.25%), 스미토모상사(15.86%) 등도 주가가 크게 뛰었다.
주가 상승 배경에는 사업 다각화가 있다. 이들 기업은 1980년대부터 제조업체들이 직접 유통에 나서면서 ‘상사위기론’을 일찍 경험한 덕분에 새 먹거리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미쓰비시상사는 2013년 ‘2020 포트폴리오 비전’을 제시하며 자동차 부동산 부문뿐 아니라 편의점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2024년(회계연도 기준)까지 재생에너지와 배터리용 광물 사업 비중을 40~50%대까지 높이고, 향후 3년간 3조엔(약 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 종합상사 주가는 오랜 기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증시 훈풍을 타던 반도체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침체기를 겪었다. 2020년 9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 주가는 2018년 7월 대비 각각 35~37% 빠졌다. 신규 사업 추진 영향으로 최근 한 달간 주가는 각각 27.26%, 9.25% 올랐지만, 여전히 2010년대 초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본 종합상사에 비해 사업 다각화 범위가 여전히 좁은 데다 주주환원 정책 추진도 미흡하다고 본다. 일본 종합상사는 사업보고서에 주주환원 결과, 중장기적 주주환원 계획까지 명시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각각 3.2%, 7%로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구체적 주주환원 전략까지 제시한다면 투자 매력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