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자산이 1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석탄금융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5조4000억원 늘며 2021년 한 해 동안 늘어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을 보였다.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대출, 채권, 주식 투자를 합한 것이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발간한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은행, 보험사, 증권사)의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1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석탄금융 자산은 56조5000억원, 천연가스·석유 자산은 62조원이었다.
공적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은 61조8000억원으로 전체 화석연료금융 잔액의 60.8%를 차지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8조4000억원은 석탄금융으로 대부분은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전력 지분(약 20조원)에 따른 것이다.
민간 금융 부문의 화석연료금융 자산은 39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15.3%), 생명보험(14.7%), 은행(13.6%), 증권사(1.3%) 순으로 많았다. 보험사들은 한전 및 자회사에 대한 채권 투자와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산 규모가 컸다.
국내 석탄금융 상위 10개 금융기관의 석탄자산은 45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한전 지분이 대부분인 산은을 제외하면 자산 대비 석탄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금융기관은 롯데손해보험(5.06%)이었다. DB손해보험(4.93%), 흥국생명(4.63%)이 뒤를 이었다. 이들 보험사는 10개 금융기관 내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서도 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신규 석탄금융 규모는 총 5조4000억원으로 2021년 1년간 규모(5조5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전채 투자가 46%(2조5000억원)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신규 석탄발전소 PF 대출의 미인출 약정액이 4조원가량 남아있는 데다 최근 한전채 인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금융 규모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석탄뿐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산업에 금융기관이 아낌없는 연료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수치로 밝혀졌다”며 “금융기관은 2050년 ‘넷제로(탄소배출량 0)’을 위해 장기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