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절반 시드 투자서 좌절… ‘죽음의 계곡’ 누가 넘나

입력 2023-06-22 04:04

스타트업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사업화 검증 단계를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 절반은 시장에 제대로 진입도 못해본 채 창업 초기 투자 유치, 즉 자금 조달에 실패해 고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민대 플랫폼 SME 연구센터의 분석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플랫폼 스타트업 1098곳 중 시드(종잣돈) 투자에서 사업성 검증을 통해 시리즈A 투자 단계로 무사히 넘어간 회사는 51.4%인 56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인 약 49%는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성 평가에서 나가떨어졌다는 뜻이다. 시리즈A 대상은 통상 창업 1~3년차 회사다.

시리즈A 기업 중 다음 투자 유치 단계인 시리즈B로 건너간 비율도 52.7%(297곳)에 그쳤다. 여기서 다시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40.4%인 120곳에 불과했다. 최종적으로 ‘엑시트’(자립)에 성공한 사례는 115곳으로 전체 시드 투자 기업의 5.4%에 불과하다.

‘죽음의 계곡’을 마지막까지 헤쳐나간 플랫폼 중 투자 유치가 많은 상위 3개 유형은 전자상거래, 금융·결제, 미디어였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한번 급성장했다. 한국무역협회 김현수 수석연구원은 “외출이 제한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눈을 돌리면서 세계 곳곳에서 전자상거래 주문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13.2%인 글로벌 소매유통시장이 내년에는 19.4%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투자 유치 단계 중 시리즈B에서 가장 돋보인 실적을 냈다. 미디어와 금융·결제 플랫폼이 그 뒤를 이었다. 그에 앞선 시리즈A에서 가장 강점을 보인 플랫폼 유형은 금융·결제였다. 미디어는 이 단계에서도 2위에 올랐다. 3위는 자산공유 플랫폼이었다.

투자 유치 형태로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입된 돈은 2019년 약 8조원이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는 4조2000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가 바로 이듬해 거의 5배 수준인 19조200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자금난으로 사라지는 스타트업이라고 모두 서비스 품질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런 기업을 살리기 위해 스타트업 성장단계별 지원 강화에 10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책을 지난 4월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스타트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벤처업계의 어려움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다면 우리 벤처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