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연료로 LNG에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절반 이상 섞어 발전기를 돌리는 국내 실증 시험이 성공했다. 연료 내 수소 비율을 이렇게 높이고도 실제 발전소를 돌리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대폭 줄어드는 결과물을 확인한 점도 실증의 성과로 꼽힌다. 다만 현재 수소 가격을 고려할 때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은 LNG 발전소를 구동하는 심장부인 가스터빈을 수소터빈으로 개조해 가동하는 실증 시험이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한화는 서부발전이 2017년 운영을 중단한 80㎿급 가스터빈을 인계받아 수소 연료 사용에 적합한 수소터빈으로 개조했다. 한화임팩트 대산공장 부지 내에 수소터빈을 돌릴 수 있는 발전소를 구축한 뒤 수소터빈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 결과 수소 비중을 더 높여가면서도 실제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번 실증은 수소 혼합 비율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한화 측에 따르면 최대 LNG 40.5%, 수소 59.5% 비중으로 구성한 연료로도 수소터빈 구동이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LNG와 수소를 섞어 발전하는 ‘수소혼소발전’을 실증 중이지만 실험실을 제외하면 수소 비중이 50%를 넘은 사례는 없다. 지금까지는 미국 150㎿급 발전소에서 연료 내 수소 비중을 40%까지 높인 사례가 최대치였다.
수소 비중이 커질수록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어든다. 수소 비중을 59.5%로 했을 때 기존 LNG 발전소 배출량 대비 22% 적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이를 국내 전체 LNG 발전소에 적용할 경우 LNG 발전 부문에서만 연간 1600만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LNG 발전소에서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2021년 기준 6600만t)의 24.2%가량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NOx) 역시 6ppm 정도만 배출됐다. 이는 환경부의 LNG 발전소 배출량 기준(20ppm)보다 대폭 낮은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혼소발전 상용화 시점으로 잡은 2030년보다 상용화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관건은 수소의 경제성이다. 현재 수소 가격은 적게는 LNG의 2~3배, 많게는 6~10배까지도 비싸다. 송용선 한화파워시스템 상무는 “수소 생태계가 구축되고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2030년쯤이면 경제성에 걸맞은 가격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서산=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