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잔액이 103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1명의 평균 대출 규모는 3억3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3.7배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누적된 자영업자 부실 리스크는 장기화한 경기 둔화에다 상업용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더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은 청년층 빚 폭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2019년 말 대비 50.9% 급증했다. 한은은 “자영업자 부채가 취약차주·비은행권·대면서비스업 위주로 늘어난 점에 견줘 자영업자 부채의 전반적인 질이 다소 악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예상 밖의 경기회복 지연 등이 발생할 경우 취약차주 위주로 연체위험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은 자영업자 취약차주(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 빌린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이 2021년 말 9.0%에서 올해 1분기 말 10.1%로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같은 기간 대출금리가 비교적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비중은 35.5%에서 39.4%로 늘어났다.
올해 말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체위험률은 5영업일 이상 연체 기간이 있거나 세금을 못 낸 자영업자 대출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비(非)주택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58.6%로 비자영업자(15.1%)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상업용 부동산가격 변동에 더 취약할 수 있다.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 및 기업 부채) 비율 추정치는 223.1%로 높은 수준이다. 민간 부채가 GDP의 2.2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팬데믹 기간 저금리 상황과 정부 지원책으로 눌려 있던 가계대출 리스크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취약차주 대출 규모는 2019년 말 대비 32.5% 증가했는데 이 기간 20·30대 취약차주의 저축은행 대출 증가 폭은 51.6%로 가장 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